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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샵 오픈을 앞두고 드리는 이야기. airsland (ip:) DATE 2019-12-09 23: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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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주캔들의 첫 이름은 동동이었습니다. 제가 유년기를 보냈던 동네의 이름이 내동과 산동이었고, 그 장소의 기억이 저에게 영감이자 근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팔을 스치던 바람의 알싸하고 향긋한 위로 같은 것을 재현하고,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창작의 동력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된 것 중에 하나가 조립식 향초였습니다.

이 향초를 만드는 과정은 제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닮아있습니다. 텅 빈 캔버스를 앞에 두고, 우선 팔렛트를 꺼냅니다. 손에 끌리는 색깔을 골라 튜브를 한번씩 눌러서 물감을 짭니다. 열개 남짓의 작은 물감 덩어리들이 나열됩니다. 붓으로 덩어리와 덩어리를 섞습니다. 색을 발견하기 위해 도화지를 펼친 것처럼, 무엇을 그릴지도 모르면서 터치에 터치를 얹어나갑니다. 붓질의 축적이 만들어내는 장면이 풍경이 되고, 거기에 마음을 뉘우곤 했습니다.

향초를 만드는 첫 단계에서 저는 안료를 섞어 물감을 만드는 중세의 화가가 된 기분이 듭니다. 색소들을 미세하게 섞어가며 왁스를 녹이고, 틀에 붓고, 꺼내어서 칼로 자르고 천으로 닦아내면서 수백개의 블럭을 만드느라 일주일에서 열흘 가량을 보내고 나면 이제 작업을 시작할 준비가 됩니다. 비로소 팔렛트에 물감을 짠 것이죠. 팔레트를 바라보며 잠시 흐뭇함에 젖어본 뒤 블럭을 쌓기 시작합니다. 캔버스에 붓으로 터치를 얹는 것 같이 주로 머뭇거리고, 때로는 노련하고, 가끔은 심취합니다. 색에 색을 얹으며 예쁘다고 박수치고 있으면, 친구들은 이런 저를 보고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좋아한다고 한마디씩 합니다.

같은 것을 여러개 만들어서 효율성을 높이라는 조언은 시작부터 들어왔고, 스스로도 알고있는데, 그걸 도무지 못했습니다. 하나 하나에 손과 눈이 닿아야하는 강박과 고집 때문에 숱한 날을 지새웠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구매 문의에 준비중이라는 답변만 드린지 2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에어슬랜드는 저에게 하나의 페르소나이고, 역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어떻게 되라고 지시하거나 정해주는 법이 없습니다. 자유로운 걸까요. 야속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저를 작가님이라고 부르고, 어디에선 대표님, 때로는 사장님이 됩니다. 호칭이야 아무렴,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을 잘 만들고, 팔 수 있는 것을 그 가치를 인정하는 이에게 잘 팔면 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종종 헷갈립니다.

그 때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동동입니다. 제가 자꾸 회귀하는 곳, 진짜였는지 꿈이었는지 혼재된 상상으로 기억되는 곳. 저는 그것이 나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그러한지를 파고든 후에야 겨우 꺼낸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가 있는 사람입니다. 한참을 쥐고 있어 땀이 묻은 구슬을 꺼내보여주는 기분으로, 이거 진짜 예쁘지 않아? 하고 같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순간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입니다. 솔깃하고 욕심이 나는 제안들과,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계획들을 쥐고는 있지만, 서둘러 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에어슬랜드가 무엇이 되어갈까요. 저는 구슬을 쥔 손아귀를 펼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아니, 쓸 데 없어. 라고 할까봐. 정말 손아귀를 펼쳤는데 아무도 봐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구슬을 발견하고 꿰어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서, 단단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의도와 의미를 강요하지 않고 간결해지려고 노력합니다. 동동초를 콜라주캔들로 바꾸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2019년의 에어슬랜드에게는 작업실이 생겼고, 작업실에 출근하는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곧 잘 밤을 지새우는 저를 가여워 하며 도와주기 시작한 동생은 이제 제법 초를 잘 깎습니다. 아직 작은 히터 뿐인 작업실에 내복을 입고 와서 저의 손이 되어주는 은혜로운 친구도 있습니다. 징징거림을 토닥이며 맛있는 것을 사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덕분에, 미뤄왔던 샵오픈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의도와 의미를 설명하는 일을 점점 피하고야 있지만, 때로는 직면해야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이 고민해서 만들고 있지만 아주 편리한 샵은 아닐 것 같아서, 미리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하나 만들기에 긴 시간이 걸리고, 하나를 두개 만들기가 아직 어려운 점을 이해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운영 방식에 있어 여러 시도들을 해볼 예정이랍니다. 깊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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